전문가칼럼
김주엽(104회)/‘동아시아 할리우드’ 도약 꿈꾸는 인천(퍼온글)
본문
퍼온곳 : 경인일보(25.10. 4)
‘동아시아 할리우드’ 도약 꿈꾸는 인천… 다음 촬영지는 “레디~ 인천!”
/김주엽 기자
개항기에 운영했던 극장 인천좌·협률사
애관·동방·미림 등 중구는 ‘시네마 천국’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지난해 16.5%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여성 국극단을 소재로 했다. 극 중 주인공 정년이가 속한 ‘매란국극단’의 합숙소는 인천 강화도에 있는 현대 한옥인 우일각에서 촬영됐다.
올해 초 개봉한 송혜교·전여빈 주연의 ‘검은 수녀들’에서도 인천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답동성당과 함께 인근에 있는 자유공원이 스크린에 담겼다.
2022년 1천만명이 관람한 영화 ‘범죄도시3’는 인천항 남항과 중구 신포동 일대 개항장 거리, 송도·청라국제도시 등 인천 전역을 무대로 삼았다.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인천에 처음 생긴 것으로 알려진 ‘협률사(우리나라 최초의 실내 극장)’, ‘인천좌’ 등 현대식 극장은 개항기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을 주도했던 곳이다. 최근들어서는 영화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천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K-콘텐츠’를 꼽아 이를 육성하기 위한 각종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실내 스튜디오가 들어서는 영상 콘텐츠 제작 집적화 단지와 관련 테마파크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은 ‘동아시아의 할리우드’를 목표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 협률사·인천좌·애관극장… 개항기 인천을 주름잡은 극장들
‘보는 것을 사랑한다’ 스틸컷 중 애관극장 전경. /경인일보DB ‘보는 것을 사랑한다’ 스틸컷 중 애관극장 전경. /경인일보DB
1800년대 후반 인천에는 서울의 2배 정도 많은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일본인 거주지 중심으로 서양식 시설이 잇따라 들어왔다. 그중 하나가 극장이다. 1901년 당시 인천 내리교회 담임 목사로 근무하던 존스 목사(한국명 조원시)는 회고록에서 “1900년에 들어섰을 무렵 인천에는 3개의 영사관과 2개의 극장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당시 인천에 있던 극장은 인천좌와 협률사다. 관련 기록을 살펴보면 인천좌는 늦어도 1897년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천좌는 인천에 있는 일본인 거주민을 위한 극장으로, 처음에는 현재 중구청이 있는 관동에 자리 잡았다가 송학동으로 이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협률사는 현재 중구 경동 애관극장 자리에 문을 연 공연장이다. 향토사학자 최성연이 1959년 발간한 ‘개항과 양관 역정’을 보면 “당대 인천의 부호 정치국씨가 운영하던 협률사라는 연극장이 있었다.
협률사는 오늘날 애관의 전신으로서 청일전쟁(1894~1895) 중 단층 창고를 연극장으로 전용했다”고 적었다. 협률사는 이후 ‘축항사’로 이름을 바꿨다가 1926년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아 애관극장으로 재탄생했다. 이 극장은 현재도 운영되고 있으며 1960년대에만 하더라도 애관극장이 있던 중구 경동 일대에는 동방·문화·미림·오성·인형·인천·키네마·현대 극장 등 인천지역 대부분 극장이 몰려 있었다.
우일각·답동성당·자유공원·개항장 거리
최근 들어 한류 영상 콘텐츠 장소로 주목
■ 영화 소비 장소에서 K-콘텐츠 촬영 장소로 변모한 인천
영화 ‘검은 수녀들’, 드라마 ‘열혈사제2’ 등이 촬영된 답동성당. /인천영상위원회 제공 영화 ‘검은 수녀들’, 드라마 ‘열혈사제2’ 등이 촬영된 답동성당. /인천영상위원회 제공
최근 들어서는 인천이 한류 영상 콘텐츠의 촬영 장소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천영상위원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22년부터 최근까지 인천에서 촬영된 영상 콘텐츠는 419편에 달한다.
정년이가 촬영된 강화 우일각은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미 공사관으로 화면에 담겼고, 검은 수녀들에서 주 무대가 됐던 답동성당은 드라마 ‘열혈사제2’의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인천은 공항과 항만은 물론 송도·청라를 중심으로 한 신도시, 개항장 일대 구도심 등이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어 콘텐츠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인천영상위원회는 설명했다.
우일각과 같은 한옥뿐 아니라 송도·청라국제도시의 신도시, 배다리 헌책방 거리와 개항장 일대 구도심 풍경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찍을 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드라마 ‘도깨비-쓸쓸하고 찬란하神’과 영화 ‘극한직업’이 촬영된 배다리 헌책방 거리. /인천영상위원회 제공 드라마 ‘도깨비-쓸쓸하고 찬란하神’과 영화 ‘극한직업’이 촬영된 배다리 헌책방 거리. /인천영상위원회 제공
인천에서 촬영되는 작품이 늘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촬영된 송도석산이나 ‘더 글로리’의 배경이 된 청라호수공원은 한 때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가 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드라마 ‘도깨비-쓸쓸하고 찬란하神’과 영화 ‘극한직업’이 촬영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거리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인천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작품이 흥행하면 배경이 된 촬영 장소는 관광특수를 누린다”며 “이런 직접적인 효과 외에 촬영 관계자들이 상당 기간 해당 지역에 머무르기 때문에 주변 숙박과 식당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8만8천㎡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예정
생산·소비 한곳에 K-콘랜드 사업도 추진
■ 촬영 전문 스튜디오까지… 동아시아 할리우드 꿈꾸는 인천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최근들어 영상 제작 업계는 촬영 장소를 정하기 전 스튜디오 확보를 우선 과제로 꼽는다고 한다. 실내 촬영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일종의 베이스캠프로 삼아 야외 촬영 등이 진행되는 탓에 스튜디오 유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전과 부산 등에 이런 스튜디오가 있지만 수요를 못 따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촬영 스튜디오가 없어 다른 지역과 힘든 경쟁을 펼쳐야 했던 인천에서도 현재 대규모 영상문화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청라국제도시에 18만8천㎡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는 K-콘텐츠 생산·소비·관광이 융합된 복합 영상문화단지를 콘셉트로 추진되는 시설이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곳에는 수중·CG 등 특수 촬영도 가능한 스튜디오와 VR·AR 체험공간, 교육 시설을 비롯해 촬영 관계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호텔도 건립된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청라국제도시를 비롯해 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국제도시 등 영상 콘텐츠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여러 곳을 엮어 영상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K 콘랜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K-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종합 클러스터 구축을 목표로 추진되는 K 콘랜드 사업을 위한 용역도 다음 달 중 시작될 계획이다. 현재 후보지로는 영종·용유·무의 4곳, 청라 2곳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스튜디오 개발·운영 업체인 MBS그룹, 미국의 유명 호텔체인 ‘케슬러 컬렉션’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인천은 국제공항과 가깝고 영상 제작사들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스튜디오만 건립된다면 연간 수백편의 콘텐츠가 제작되는 ‘영상 제작 도시’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K-콘텐츠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