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전 부산고 은사님의 안철수원장에게 한 말씀
작성자 : 최영창
작성일 : 2011.09.14 15:44
조회수 : 1,268
본문
안철수 원장
나 김영국 선생이네. 잘 모를 걸세. 담임도 안 했고 그저 평범한 국어교사로 일주일에 몇 시간 드나들었으니 어찌 기억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나는, 보살 같은 미소로 환하게 앉아 있던 안 원장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네. 이미 유명해지고 난 뒤, 졸업 20주년 기념식장에서 자네의 모습을 먼발치서 보기도 했네.
그나저나 나는 혼자 안 원장의 은사가 되어 혼자 안 원장을 자랑스러워하고 안 원장의 기사를 챙겨 보고, 안 원장의 대담 프로를 시청하기도 했네. 어눌한 듯 이어지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안 원장의 생활과 결부되면서 촌철살인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꽂히는 듯 했네. 급기야 안 원장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면서 그들의 멘토로 자리잡아 가더군.
안 원장
안 원장이 현실 문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비판할 때는 그 혜안에 온 국민이 놀라고 또 공감하더군, 아무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그런 가운데 그 영향력이 시나브로 파급되는 것 같더군. 그런데 그 때부터 이 은사(?)는 걱정하기 시작했어. 저러다가 다치지는 않을까? 그냥 상아탑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가끔씩 세상에 나와 큰 틀에서 큰 방향만 제시해 주면 좋지 않을까? 좌도 우도 아닌 그 자리에서, 이 나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한 사람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안 원장
실로 청천벽력 같은 보도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네. 믿을 수가 없었네. 아직 최종 결심은 안한 상태지만, 오늘 압도적 1위의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와, 혹시 오판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네. 그만 두시게. 떨어질까를 걱정해서가 아니네. 오히려 당선되는 것이 더 걱정이네.
보선 서울 시장으로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을 것이네. 복마전 같은 시청 공무원 집단, 토호들로 이루어진 구청장과 시의원, 비슷한 서울시 국회의원, 사사건건 어깃장 놓을 중앙정부.......... 혈혈단신 순진무구한 자네가 짧은 기간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백면서생으로 낙인받기 십상일걸세. 결코 패배주의가 아니네. 꼭 행정가로서 무언가를 바꾸고 싶거든, 다음 선거를 기다리게. 그 때 뭔가를 해 볼 수 있는 적당한 규모의 한 지자체를 택하여 임기 동안 이루어 보게. 그 다음에 바로 대통령 자리에 도전하게.
정치판에 들어가지 말게. 자네 같은 심성을 가진 사람이 있을 곳이 못 되네.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가 되겠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그 경계선은 의미가 없는 법이네. 나름의 꿈을 가지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그을린 사람을 어디 한두 사람 보았는가. 입후보 등록하는 순간 단일화 압력에 시달리게 될 걸세. 끝까지 거부하면 자네는 분파주의자가 될 것이고, 손을 내미는 순간 수렁에 빠져드는 것이네. 시장이 되어도 그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남은 임기 내내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네.
안 원장
학자로 남아 나라의 원로가 되게. 좌도 우도 아닌 온 국민의 멘토가 되게. 어느 한 편에 서는 순간 자네의 영향력은 반토막이 되고 마네. 김동길, 백낙청을 보게나. 다들 젊어서 한 가락씩 하던 사람 아닌가. 그러나 지금 그들이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그쪽 사람만 듣고 반대쪽 사람은 웃고 마네. 절체절명의 순간에 온 국민을 움직일 그런 사람이 우리 나라에 적어도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 사람이 바로 자네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네.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서울 시장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하네. 아니 지금 걸음으로 살아간다면 임기 5년의 대통령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은 약속이라고 웃을지 모르지만, 자네는 이제막 서울대학교 대학원장 자리로 옮기지 않았는가? 한 학기도 채우지 않고 더 큰 자리를 기웃거린다는 것은 지금까지 자네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처신이 아닌가 하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부추기고 있을 것이네. 그리고 최근 각 대학 모임에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환호가 자네 등을 떠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럴 때 목소리 큰 군중의 말보다 평소 바른 말하던 한 지인에게 조용히 의논해 보게. 그리고 혼자 결심하시게.
안 원장, 단디 하시게.
<이 글은 9월 4일 '교육 사랑'에 게재된, 김영국 전 동여고 교장이 쓴 글입니다.>
나 김영국 선생이네. 잘 모를 걸세. 담임도 안 했고 그저 평범한 국어교사로 일주일에 몇 시간 드나들었으니 어찌 기억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나는, 보살 같은 미소로 환하게 앉아 있던 안 원장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네. 이미 유명해지고 난 뒤, 졸업 20주년 기념식장에서 자네의 모습을 먼발치서 보기도 했네.
그나저나 나는 혼자 안 원장의 은사가 되어 혼자 안 원장을 자랑스러워하고 안 원장의 기사를 챙겨 보고, 안 원장의 대담 프로를 시청하기도 했네. 어눌한 듯 이어지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안 원장의 생활과 결부되면서 촌철살인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꽂히는 듯 했네. 급기야 안 원장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면서 그들의 멘토로 자리잡아 가더군.
안 원장
안 원장이 현실 문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비판할 때는 그 혜안에 온 국민이 놀라고 또 공감하더군, 아무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그런 가운데 그 영향력이 시나브로 파급되는 것 같더군. 그런데 그 때부터 이 은사(?)는 걱정하기 시작했어. 저러다가 다치지는 않을까? 그냥 상아탑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가끔씩 세상에 나와 큰 틀에서 큰 방향만 제시해 주면 좋지 않을까? 좌도 우도 아닌 그 자리에서, 이 나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한 사람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안 원장
실로 청천벽력 같은 보도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네. 믿을 수가 없었네. 아직 최종 결심은 안한 상태지만, 오늘 압도적 1위의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와, 혹시 오판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네. 그만 두시게. 떨어질까를 걱정해서가 아니네. 오히려 당선되는 것이 더 걱정이네.
보선 서울 시장으로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을 것이네. 복마전 같은 시청 공무원 집단, 토호들로 이루어진 구청장과 시의원, 비슷한 서울시 국회의원, 사사건건 어깃장 놓을 중앙정부.......... 혈혈단신 순진무구한 자네가 짧은 기간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백면서생으로 낙인받기 십상일걸세. 결코 패배주의가 아니네. 꼭 행정가로서 무언가를 바꾸고 싶거든, 다음 선거를 기다리게. 그 때 뭔가를 해 볼 수 있는 적당한 규모의 한 지자체를 택하여 임기 동안 이루어 보게. 그 다음에 바로 대통령 자리에 도전하게.
정치판에 들어가지 말게. 자네 같은 심성을 가진 사람이 있을 곳이 못 되네.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가 되겠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그 경계선은 의미가 없는 법이네. 나름의 꿈을 가지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그을린 사람을 어디 한두 사람 보았는가. 입후보 등록하는 순간 단일화 압력에 시달리게 될 걸세. 끝까지 거부하면 자네는 분파주의자가 될 것이고, 손을 내미는 순간 수렁에 빠져드는 것이네. 시장이 되어도 그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남은 임기 내내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네.
안 원장
학자로 남아 나라의 원로가 되게. 좌도 우도 아닌 온 국민의 멘토가 되게. 어느 한 편에 서는 순간 자네의 영향력은 반토막이 되고 마네. 김동길, 백낙청을 보게나. 다들 젊어서 한 가락씩 하던 사람 아닌가. 그러나 지금 그들이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그쪽 사람만 듣고 반대쪽 사람은 웃고 마네. 절체절명의 순간에 온 국민을 움직일 그런 사람이 우리 나라에 적어도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 사람이 바로 자네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네.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서울 시장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하네. 아니 지금 걸음으로 살아간다면 임기 5년의 대통령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은 약속이라고 웃을지 모르지만, 자네는 이제막 서울대학교 대학원장 자리로 옮기지 않았는가? 한 학기도 채우지 않고 더 큰 자리를 기웃거린다는 것은 지금까지 자네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처신이 아닌가 하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부추기고 있을 것이네. 그리고 최근 각 대학 모임에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환호가 자네 등을 떠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럴 때 목소리 큰 군중의 말보다 평소 바른 말하던 한 지인에게 조용히 의논해 보게. 그리고 혼자 결심하시게.
안 원장, 단디 하시게.
<이 글은 9월 4일 '교육 사랑'에 게재된, 김영국 전 동여고 교장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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