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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대암산을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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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대암산을 다녀오며
瑞峰 李茂春(무초대사)
더이상 갈곳없는 산끝 민통선 내에 있는 솔봉 대암산에 다녀왔다.
6.25 전쟁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수천년의 생태계 변화를 간직하고 있고 희귀
식물들과 희귀곤충들이 서식하고 있는 양구군 대우산과 함께 천연기념물 제 246호인
대암산 천연보호구역을 야릇한 호기심과 서운함을 간직하며 다녀왔다.
엄청난 피와 죽음의 결과로 남겨진 DMZ,현대 이데올로기 대립의 생생한 현장으로 남아있는 세계 유일의 종합 박물관 같은 이곳이 지난 60여년동안 군사상의 이유로 사람들이
일절 출입하지 못했기에 오늘까지 제대로 남아 있을수 있었고 역사와 문화와 자연을 모두
품고있는 복합 문화재라 할수있다.
원당리 쪽 오르막길 양구생태식물원 코스로 쉬엄쉬엄 복쪽을 향하는 산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깊은 산속의 천둥치는 굉음이 들려온다. 각 포부대의 포사격 훈련 포성이 울리는 격전지 같은 느낌 ,6.25때 듣던 공포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꽝소리와 함께 목표지점에 뻔쩍
하는 섬광과 연기가 멀리 안개속에서 퍼져 오른다.
여름이 가는소리도 들려온다.
늦여름은 서로 다른 군락이 제가 가진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산길을 걷고 그늘에 쉬며 여름과 이별하는 대암산 숲에서 그 빛은 극명한 음영을 이뤄
다른곳에선 볼수없는 풍경을 연출한다.
대암산 1304m의 정상이 저멀리 시야에 들어오건만 더갈수 없는 통제구역, 어쩌면 분단의 아픔을 여기서도 느끼게하며 야릇한 감회를 맛보게 한다. 등산로 종점, 우리가 갈수 있는
솔봉 정상 1127m 지점에 등산로 종점 더갈수 없는 등산불가라는 표지판을 읽으며 한참
동안 북쪽의 안개덮힌 산봉우리를 훌터 보았다.
저기가 바로 거기 일탠데... 고성쪽 더가면 그리운 금강산도 기까워 올테고... 나혼자
혼잣말로 중얼 거려 본다.
광치자연휴양림 쪽 으로 하산을 했다.
계곡엔 물도 많고 장관의 폭포들이 많았고 끈적 끈적하고 푹푹찌는 날의 피곤함을 가시게
하는 차가운 물보라다. 소양암의 지류인 후천이 흘러내리고 남동사면에서는 효자천,이응천의 두 소양강 지류가 발원한다.
길고 지루했고 후덥지근한 여름이 물러가 주기를 바랬지만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 들으며
신선의 경지에 이르니 여름과의 망설임 없는 이별을 하지 않기로 해야겠다. 덥고 뜨거웠던
만큼 품은게 있었으니 말이다.
오늘 처음으로 푸른 산우님들과의 하루가 소중하고 값진 하루였다.
산은 언제나 나를 치맛자락처럼 품어 준다. 머잖아 가을의 낙엽으로 출렁일 것이다.
산자락의 초가을이 이렇게 숙성한다.
벼가 여문다.
사람이 익는다.
푸른 산우들과 자주 산행하는 기쁨을 나누어야 겠다.
2010.8.24. 고성 대암산에 다녀오며 ~무초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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