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땅끝에서의 하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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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날.
혹자는 커플의 날이랍니다.
아내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전라도로 여행갈래요?'
집만 떠나면 좋아하는 나... 문자로
'OK!'
답장하고 인터넷을 통해 먹고 잘 곳을 확인해서 땅끝기와집 한정식에서 오후 8:00경에 남도정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땅끝관광호텔에 가서 자면 되겠다 생각하고 집으로 가 서둘러 준비를 해 오후 2:30에 출발했습니다.
젠장... 행담도까지 무려 4시간... 예상 도착 시간은 오후 10:00 넘기고... 당진을 지나면서부터 정체가 풀려 오후 10:30에 식당 앞에 도착하니 영업이 끝났답니다. 땅끝관광지의 관광호텔은 '하얀집'이라고 상호를 바꾸고 모텔식으로 변했는데 방이 없었습니다. 모텔, 펜션, 민박... 빈 방이 하나도 없다니...
차마 차에서 잘 순 없어서(가끔 30분이라도 차에서 자고 나면 온 삭신이 다 결리곤 한다), 해남읍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시간은 11:30을 넘어서고 배는 왜 그리 고프던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해남읍 전체 숙박업소의방이 동이 났답니다. 눈앞에 해남 세무서가 눈에 들어습니다. 세무서에 근무하는아내가 당직자에게 부탁해 낮에 여직원 쉬는 방을 써볼까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고 불이 꺼져 있어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민생고를 해결하자고 했습니다. 아니, 식당 주점들마저도 일찍 문을 닫은 것이었습니다. 땅끝에서도 요기를 하려 했는데 다 문을 닫았었습니다. 다행히 한 주점이 문을 열었길래 들어가 회와 매운탕을 시켜 소주 한잔 했습니다.
사정을 들은 주인이 몇군데 아는 숙박업소에 전화하니 모두 객실이 동이 났다는 회답... 규모가 큰 찜질방이 하나 있다길래 가보니, 와우!!! 찜질방도 만원이랍니다.
술도 마셨겠다, 택시기사에게 목포까지 대리하자니까 8만원을 달랍니다. 아내는 물론,
"No!"
다시 그 주점을 찾으니 군청앞 찜질방을 안내해줍니다. 가보니, 폐업...
"대리해서 목포를 가든지 차에서 자자."
만원인 찜질방에 들어가 어떻게 해보겠노라고 아내가 문을 열고 들어갈때도 계속 몇 명이 들어갔다 돌아나오는 것을 보고
'에이, 목포로 갔다 오지...' 하고 서 있는데 아내가 해결을 했습니다. 옷장 키가 없으므로 큰 비닐에 옷, 신, 여타 소지품을 넣어 갖고 들어가겠느냐 하길래 그러마 했다 합니다. 지갑은 카운터에 맡기고 찜질방을 들어갔습니다.
와!!!
어머님께서 이따금 들려주시던 피난 때의 아수라장이 떠올려졌습니다. 우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헌데 누울 틈이 없었습니다. 그 때가 02:30.
청바지와 옷가지들을 말아 베개를 삼아 누웠다가 어쩌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 했는데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 눈을 뜨니 04:30. 미련 없이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와 차로 가 아내에게 문자로
'나, 차에 있어.'
라고 보냈더니,
'나도 일어났어요.'하고 답장이 왔습니다. 곧 전화로,
"금방 나갈께요."
하길래 늙었어도 누가 채갈까봐 찜질방 앞으로 가 기다렸다가 차를 타고 다시 땅끝으로 향했습니다.
산책코스를 돌아 정상에서 바다를 비롯해 주변 경치를 보고 내려오며 돌에 새겨진 시들을 보고 천천히 한시간 반 정도 돌아내려오니 피로가 풀리고 정말 흐뭇했습니다.
미역 김 진주 홍주 보리새우 등 몇가지를 사고 차로 도솔암이 있는 도솔봉을 올랐습니다. 도솔암까지 걸어서 800m라 봉우리에서 주변 경관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땅끝마을을 땅끝이라 하고 도솔봉을 하늘끝이라 하더구만. 내려 오는데 기름 경고등이 계속 켜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네는 주유소들이 심야영업하는 곳이 없어 간밤에 급유를 못했더니 달랑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천년고찰이라는 미향사 방문을 취소하고 네비에 지리산 노고단을 찍고 달리면서 조마조마 유소 나오기만 바랬는데 다행히 일찍 문을 연 곳이 있어서 급유를 하고 빗속을 정말 신나게 밟았습니다. 나는 평소 시속 110km 이상 밟지 않습니다.
11:00에 노고단에 도착했습니다. 엄청 추워 한바퀴 돌아보고 기슭의 천은사를 찾아 감로수를마시고 경내를 둘러 본 뒤 식당을 찾아 산채비빔밥과 감자전으로 아점을 해결했습니다.
이제 처가로 출발!!! 가서 늘어지게 한잠 자고 저녁 때 동서 처남과 한잔 하면 되겠네 했습니다. 늦어도 오후03:00면 도착할 것 같았습니다.
호남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도저히 졸려서 운전을 못하겠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어제 열시간 가량 운전하고 두시간 새우잠 자고 또 계속 운전했으니...
졸음과 싸우다 여산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눈을 붙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졸릴때 위 눈꺼풀이라 했지 않는가... 처음에 잠이 안오더니 골아떨어져 한 시간 남짓잤습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정신 맑게 하자고 세수도 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데, 젠장... 시동이 안걸리는 것이었습니다. 보험회사에 전화하니 해결해주었습니다. 익산의 애니카 서비스센터에서 와 점프로 해결을 했습니다. 밧데리 방전이었습니다.
땅끝에서무터 비가 많이 와 미등을 켜고 운행하다가 휴게소에서 미등 끄는 것을 깜빡했던 것입니다.
처가에 도착하니 오후08:00 언제나 그렇듯 장모님께서 육해공군으로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놓으셨습니다. 맛있게 먹어치우고 쉬려는데 돼지고기 삻아주면 먹겠냐고 하셨습니다. 아내 처남 동서 처제 들은 배불러 싫다 하는데 나는 먹고 싶었습니다. 염치불구하고,
"어머니, 조금만 삶아 주세요."
했습니다. 장모님이 안주 준비하는 동안 안방의 침대에 잠깐 누었다가 삶아달라고 자청한 그 맛있는 고기도 못먹고 눈을 뜨니 이튿날 새벽이었습니다.
4월 말부터 아침 금식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아침은 안먹고 처남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처가로 돌아와 점심 끝내주게 먹고 커피 한잔 하고 올라왔습니다.
21일 오후2:30부터 23일 오후4:30까지 1060km를 달렸습니다. 때론 시속 150km를 넘어가면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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