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김우성형님,부탁하신 정선생님 정년기념신문발간의 제 수필이예요. 행여 늦지 않았는지요?
본문
정윤석 수학선생님
“탁! 탁! 탁!”
옆 반에서 들리는 공포의 매타작 소리였어요.
저희 반 옆이 5반 이었는데 분명 수학시간임이 틀림없을 거예요.
왜냐면 매 수학시험 후 30점 이하는 1점당 한 대씩 맞기로 수학선생님과
굳은 약속이 되어 있었죠.
30점이라는 기준은 운동선수 특히 본교 야구선수들에게 기본으로 주어지는
점수로 알고 있었어요.
야구선수는 수학시험문제지에 공과 글러브를 그려놓고 나가도 된다는 소문도
들리고...
당시 수학문제는 7문항 주관식인데 한 문제당 10점씩 주어졌지요.
그 패턴은 서울대입시와 동경대 입시 패턴을 따른 것이 아닌 가 제 나름대로
생각해봅니다.
그러니 30점 이하의 친구들은 이제부터 단 한문제만 놓쳐도 10대는 벌어
놓은 것이었어요.
기준점인 30점을 맞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가운데...
행여 운동선수 하나가 30점 기본점수 말고 한 개라도 더 풀어 40점이 된다면...
“아휴!” 큰일이었어요.
그이야기는 타작의 기준점이 올라간다는 것이기에 친구들은 난리법석을 떨었죠.
수학시험을 못 본 저희 반 친구들은 얼굴이 경색되다 못해 거의 패닉현상에
빠져들었어요.
다음시간이 수학시간이었거든요.
“야야! 난 오늘 죽었다.” 하나도 못 푼 친구의 하소연 소리였어요.
“넌 넘었냐?” 깜상친구가 저에게 물었죠. “그럼.” “제기랄! 좋겠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통증을 줄이려 체육복을 교복바지에 더 껴입는 친구,
엉덩이에 공책을 쑤셔 넣고 지퍼를 잠그느라 낑낑대는 친구,
정말 아수라장이었어요. 가관 그 자체로...
“드르륵”
드디어 교실 문이 열리고..
몽둥이를 드신 수학선생님의 화려한 등장이셨어요.
하얀 피부에 남자분이 살짝 웃으실 때 보조개를 지으시는 검은 뿔테 안경의
수학선생님,
대전의 명문고 출신으로 명문사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신 것으로
기억되는 분,
수학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실 만큼 열정과 실력이 출중하신 선생님,
이해가 쉽도록 매끈하게 풀어 가시는 요점정리에 선배님들과 친구들 사이에
명 강의자로 회자되고 대단한 인기를 누리시던 선생님,
처음에는 원어민 영어선생님이신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국적인 눈매에 총기를 띠신
선생님이 저희 반을 어김없이 찾아오셨죠.
약간 비음의 유난히 낭랑하신 목소리로 “니들 지금 모하노? 빵점짜리는 또?”
반 친구들을 쭉 둘러보시더니 “니들 이래서 대학 가갔나?”
“30점 이하를 맞은 놈들은 알아서 나온나?”
우르르 몰려 나가는 소리에 이어 매타작이 시작 되었어요.
근데 한 친구 녀석의 엉덩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어요.
아주 둔탁한...
“이건 뭐야?” 둥근 눈을 더욱 크게 뜨신 선생님이 금방 눈치를 채시고
허허 너털웃음을 지으시며 어이없어 하셨어요.
쉬는 시간에 연습장을 엉덩이에 댄 친구였어요.
“야! 이놈아, 이런 머리를 가졌으면 수학공부를 더해라.”
“넌 허벅지다!”
몸을 비비꼬는 친구의 모습에 교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어요.
그리고 그 누구도 선생님의 타작에 반기를 드는 친구들은 하나도 없었죠.
애정이 깃든 사랑의 매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죠.
수학선생님의 학생들에게 향한 열의와 명쾌한 수학강의를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오히려 그것이 자극이 되었고 학생들의 수학성적은 날로 향상되었죠.
그리고 고교 입학시험 마지막 기수로서 모교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은
오기를 부려서라도 참 열심히 수학공부를 하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희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 주시던 존경하옵는 정윤석 수학선생님!
애증의 그 어려운 문제를 풀던 수학시간이 다시는 오지 않겠죠?
그 시간이 정말 그립습니다.
인고 76회 제자올림.
댓글목록 0
이기호 67님의 댓글
용혁 아우, 오랫만입니다. 반갑구요. 정윤석 선생님 같으신 분이 우리 선생님 이셨다면 나도 수학을 잘했을 텐데... 참 훌륭한 선생님 이시네요.
윤용혁님의 댓글
미쁨과 잔잔한 미소의 강원도 사랑관이시자 설악산 호랑이 기호형님,그간 청안하셨어요? 정말 반갑고 형님께서 베풀어 주신 그 마음 평생잊지 않고 살아갑니다.부모님들께서도 자주 형님 이야기를 한답니다.영특한 따님은 의대에 잘 다니고 있죠? 아버지의 소중한 가업을 이으니 얼마나 대견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이은용님의 댓글
용대후배님이 오랜만에 인고 자유게시판에 오셨네..
좋은소식에 귀를 대고..마음을 달래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우성님의 댓글
용혁 아우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정년 퇴임기념 신문에 제자 글이 실릴 수 있어 참으로 빛이 날 것입니다.
지금 경영하고 계신 약국 이름도 알려 주세요. 신문에 실어야 하니까?
윤용혁님의 댓글
앗! 반가우신 은용 형님이시닷! ㅎㅎ 대학강의 종강으로 좀 여유로우시지요? 존경의 형님...우성형님,제가 오히려 감사를 드려야겠어요.제가 존경하옵던 정윤석 선생님의 정년퇴임기념신문에 제 글을 실을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심에...제 약국은 부평구 청천동의 늘푸른 약국이랍니다. 감사합니다.